[전시회 리뷰] ③그림책NOW_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는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행사로 동유럽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2년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5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BIB는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상업적 순수성을 꾸준히 유지해왔습니다. 이 행사는 독창성과 예술성이 빼어난 새로운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발굴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며, 덕분에 브라티슬라바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성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BIB는 유네스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회(IBBY), 그리고 슬로바키아 문화부의 후원을 받는 브라티슬라바 소재의 국제아동예술협회(BIBIANA)의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단순한 경연대회가 아니라 전시, 워크숍, 심포지엄,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전 세계 어린이와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풍성하게 펼쳐집니다. BIB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은 슬로바키아 전역과 해외 여러 나라로 보내져 일러스트레이션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영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BIB에 참여하는 작가는 관련 주요 조직, 문화기관, 일러스트레이터협회, 각국의 IBBY 지부 그리고 각국의 BIB 위원회, 각국의 유네스코 지부, 출판협회가 추천하거나 개인적으로 초청된 작가들로 구성됩니다.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국제심사위원단이 선정한 그랑프리(GRAND FLIX), 황금사과상(BIB GOLDEN APPLE), 황금패상(BIB PLAQUE)의 본상 외에 출판사에게 주는 명예상, 어린이심사위원단상이 수여됩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1989년 강우현 작가의 <사막의 공룡>이 황금패상을 받은 이래 2005년 한병호 작가의 <새가 되고 싶어>가 황금사과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조은영 작가의 <달려라 토토>가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9먕의 한국 작가들이 BIB에서 상을 받았는데요. 이번 전세에서 선보이는 김지민 작가의 <하이드와 나>는 2017년 황금사과상 수상입니다. 

하이드와 나_김지민

하이드와 나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공간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내가 잘 몰랐던 또 다른 나와 마주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다른 ‘나(alter ego)’를 가지고 있는데요. 내면의 나는 한 가지 모습이 아니며, 때로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고 때로는 조각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내면의 풍경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낮선 나를 만나기 위한 호기심 넘치는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거울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형된 내면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거울 속에 비친 나는 흑과 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 안의 빛과 어두움을 상징합니다.

루드비히 볼베다(Ludwig Volbeda, 네덜란드)의 작품 'The Birds'_2017 

루드비히 볼베다(Ludwig Volbeda, 네덜란드)의 작품 'The Birds'_2017 

작품이 많아서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못했던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데요. 다녀와서 정리하면서 보니 놓치고 지나버린 작품들이 너무 많네요. 그저 그림에 집중하며 감탄만 하고 지나갔는데 그 내용을 더 살펴 볼 수 있었다면 더 뜻깊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루브비히 볼베다의 'The Birds'라는 작품도 그림에 감탄하느라 내용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마도 새의 시각으로 낭만을 노래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동상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서로를 바라보고 있죠. 여인의 마음도 어디에 있냐 보다는 서로를 향해 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글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게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번 더 기회가 된다면 그림책 하나하나가 전하고자 했던 마음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05/18 - [문화/리뷰] - [전시회 리뷰] ① 그림책 NOW_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 이고르 올레니코프

2019/05/19 - [문화/리뷰] - [전시회 리뷰] ② 그림책 NOW_나미콩쿠르 : 안드레 레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