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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전시회 리뷰] ① 그림책 NOW_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 이고르 올레니코프

갤러리아 포레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그림책 NOW전을 다녀왔습니다. <그림책 NOW>전은 이 시대의 그림책을 이끌어 나가는 전 세계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데요.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50여 개국 일러스트레이터 113인의 최근 작품을 감상하며, 지금 그림책이 나아가는 방향과 흐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림책의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어린이책 글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상입니다. 아동·청소년문학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온 생존 작가들 가운데 글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한 명씩을 선정해 2년마다 한 번씩 수여하고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의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이 상을 수여합니다. 1956년부터 글작가에게 먼저 수여하기 시작했고, 1966년부터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수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의 나라별 지부에서 글작가 한 명, 일러스트레이터 한 명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문학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국제심사위원단이 후보자들 가운데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심사과정에서는 글과 그림이 지닌 미적·문학적 우수성, 그리고 어린이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어린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후보 글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면밀히 검토합니다.

심사위워단은 최종 후보자들을 선정하여 1월에 발표하고, 이 가운데 뽑힌 최종 수상자를 같은 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공개합니다. 이번 '그림책NOW' 전시를 후훤하고 있는 남이섬도 2009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후원해오고 있습니다.

'그림책NOW'에서 선보이는 러시아의 이고르 올레니코프(Igor Oleynikov)는 2018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작가입니다. 심사위원단은 그를 수상자로 선정하여 "동료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부러움을 살만틈 그림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화면 설계와 구성의 대가"라고 감탄했습니다. 그들의 찬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는데요. "작가 자신은 어린이를 일부러 '귀엽게' 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풍경과 등장인물 속에 심오한 앙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아름답든 그렇지 않든, 인간이든 아니든, 그의 그림 속 모든 것은 생명력과 약동하는 힘, 자기표현을 내뿜고 있다."

이고르 올레니코프 Igor Oleynikov

이고르 올레니코프는 1953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류베르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3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1979년 러시아 국영 애니메이션 스튜디어 소유즈물트필름(Soyuzmulfilm)에서 미술가로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198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출몰하는 역동적 화면 구성이 돋보입니다. 구아슈 물감을 주로 사용하는 그의 그림에서는 생동하는 질감이 느껴집니다.

전래동화나 어린이문학을 바탕으로 8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릴 만큼 그의 작업은 왕성합니다. 대표작으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dsky)의 동시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작업하여 펴내 2012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IBBY Honour list)에 선정된<작은 예인선 발라드 The Ballad of a Little Tugboat>, 미국의 배우이자 시인인 존 리스고(John Lithgow)의 짧은 이야기에 그림을 그려 2007년에 출판한 <마힐리아 마우스 대학에 가다 Mahalia Mouse Goes to College>,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Alexander Pushkin)의 이야기를 모아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한 <동화집 Fairy Tales>등이 있습니다.

러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열어 왔으며, 2004년과 2009년에는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 2003년과 2005년에는 슬로바키아에서 개최되는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도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2018년에는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평생 쌓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후로도 <점블리 The Jumblies>를 비롯해 새로운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원숙한 스타일이 담긴 최신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의 다수를 선보입니다.

<점블리 The jumblies> 삽화
<점블리 The jumblies> 삽화

"나는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손에 잡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한다. 빗자루도 좋고 누더기도 상관없다. 독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탄이야말로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찬사다." -이고르 올레니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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