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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전시회 리뷰] 이 세상 힙이 아니다_아스거 욘

5월 9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을 보다

운이 좋게도 12시 5분전에 들어가 12시에 있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14년 출생하여 1973년까지 제1차, 2차 세계대전과 20세기 세계적으로 변혁기에 살았던 아스거 욘은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인물인데요. 그의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는 점은 그는 작품으로부터 대중과 소통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정확히 알 수없고, 제목을 정확히 붙히지 않으므로써 그 작품을 보고 있는 대중의 생각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지요. 아스거 욘은 예술이 힘있는 자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어린이는 어린이의 시선대로, 배운자는 배운자의 시선으로, 또 그렇지 못한자는 자기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길 원했습니다. 예술이란 한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창의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궁극적으로 예술은 기존의 관념과 규범에 도전하여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안하여 사회 변화의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Go to hell with your money bastard!

 1963년 12월, 구겐하임 재단은 아스거 욘을 구겐하임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인데요. 자본주의에 반대했던 아스거 욘은 뉴욕에 있는 갤러리스트 존 스트립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은 다른 작가들과 우열을 가리거나 우위에 서고 싶지 않다며 수상을 거부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욘은 구겐하임 재단 이사장이었던 해리 구겐하임에게 전보를 보내는데요. 구겐하임상이 자본주의적인 착취이며 자신은 상을 달라고 한적이 없다며 수상자로 자신을 지명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노를 표출합니다.

"그 돈 가지고 지옥에나 가라. 상금을 거절한다. 상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나는 품위 없는 작가들에 반대하고 당신의 홍보에 협조하는 그들의 의지에 반대한다.당신들의 어처구니없는 시합에 내가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바란다."

이처럼 구겐하임에게 보낸 전보에서 그의 성격의 단면을 볼 수 있는데요. 어쩌면 그가 동시대 사람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자본주의를 배척했던 영향도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정 Modifications

고전적인 그림위에 덧칠된 낙서. 욘은 파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낡은 회화에 자신의 그림을 덧칠했습니다. 그는 기존 회화 속에 내재하는 진부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습니다. 낡은 회화를 현대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고 미술이라는 개념 자체에 도전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제일 인상깊었는데요. 정말 전통이라는 개념을 깨고 그 위에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죠.

그동안 고집되어왔던 성스럽던 그림에 낙서같은 형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간단한 작업이지만 그것을 행한다는 행위는 쉽지않습니다. 하지만 아스거 욘은 자신의 신념대로 그것을 행한 것이죠. 그것이 아스거 욘의 정체성으로 그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회적인 활동 뿐 아니라 남유럽 전통이 북유럽 문화를 한정적이고 지역적인 민속예술로 평가절하 하였다고 생각했기에 북유럽의 사진을 2만 오천장 남기며 「북유럽 민속예술의 1만년」32권을 출판하고자 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6권밖에 출판되지 않았지만 북유럽 전통 연구를 통해 기존의 지배적인 고전문화를 해체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습니다.  

비록 그는 지금 우리와 함께 2019년을 살아가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작가 정신과 끊임없는 협업 및 실험적 도전은 지금 우리 사회와 삶의 태도에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의 전시를 보며 느낀 점은 그의 작품이 굉장히 지금 시대와 많이 닮아있고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했던 것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나 멋졌습니다. 아스거 욘은 지금 없지만 그의 작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